사랑은 많은 이들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주제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을 막연히 '운명'이나 '감정'의 결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이에 대해 단호히 말한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며,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대표작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은 사랑에 대한 환상과 오해를 걷어내고,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기 위한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사랑은 기술이다
프롬은 먼저 사랑을 하나의 ‘기술(Art)’로 정의한다. 기술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익히는 것이다. 피아노를 치는 법이나 목공, 요리처럼 사랑도 일정한 지식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기술이 아닌 감정이나 우연한 사건으로 여긴다. 이로 인해 사랑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깊이 있게 발전시키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기술을 익히는 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이론적인 지식, 둘째는 실천적 훈련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 감정을 바탕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반복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사랑의 오해들
프롬은 현대 사회가 사랑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지적한다. 대표적인 오해는 ‘사랑은 대상을 잘 고르면 된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올바른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자동으로 행복한 사랑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프롬은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라고 말한다. 아무리 매력적인 상대를 만나도, 사랑할 능력이 없다면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또한, 사랑은 ‘받는 것’이라기보다는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많은 이들이 사랑을 통해 무엇을 받을 수 있을지를 따진다. 애정, 보살핌, 안전, 즐거움 등이다. 하지만 프롬은 진정한 사랑은 먼저 주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무조건적인 관심과 책임, 존중,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상대와의 깊은 연결이 형성된다.
성숙한 사랑 vs 미성숙한 사랑
『사랑의 기술』에서는 성숙한 사랑과 미성숙한 사랑을 명확히 구분한다. 미성숙한 사랑은 "나는 당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한다"는 방식이다. 즉, 상대가 나의 결핍을 채워주기 때문에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사랑은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필요하다"는 방식이다. 자아가 완성된 상태에서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며, 그 사랑은 의존이 아니라 선택에 기반한다.
성숙한 사랑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서 출발한다. 프롬은 타인을 사랑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기적인 자기애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책임지는 태도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이런 자기애를 바탕으로만 진정한 의미의 상호적 사랑이 가능하다고 본다.
사랑의 네 가지 요소
프롬은 사랑의 본질을 네 가지 요소로 설명한다. 바로 관심(Care), 책임(Responsibility), 존중(Respect), 이해(Knowledge)이다.
- 관심(Care):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는 사랑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관심이 없는 사랑은 존재할 수 없으며, 상대의 안녕과 행복에 진심으로 신경 쓰는 태도가 요구된다.
- 책임(Responsibility): 상대방의 삶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것은 사랑의 핵심이다. 여기서의 책임은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것이다. 사랑은 상대방이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행위이며, 이는 책임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 존중(Respect): 존중은 상대방이 독립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 방식대로 상대를 바꾸거나 소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태도가 사랑이다.
- 이해(Knowledge):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공감적 이해를 통해 마음을 읽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네 가지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하나만 빠져도 온전한 사랑이라 할 수 없다.
사랑과 현대사회
프롬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관계가 상품화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상품’으로 포장하고, 다른 이들도 ‘소비자’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연애는 스펙과 조건, 외모와 수입으로 계산되며, 이는 사랑을 진정한 인간관계가 아닌 ‘교환’으로 전락시킨다.
이러한 사회에서 사랑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란 더욱 어렵다. 외로움, 소외감, 자기 상실은 사랑을 왜곡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며, 많은 이들이 고립된 존재로 살아간다. 프롬은 이런 구조 속에서도 사랑을 ‘기술’로서 배우고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금 인간 본연의 따뜻한 연결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랑의 실천 – 어떻게 해야 할까?
이론은 이해했지만, 실천이 어렵다는 것이 사랑의 딜레마다. 프롬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일상적인 노력들을 제안한다.
- 자기 성찰의 시간 가지기: 자신의 감정, 생각, 욕망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 집중력 기르기: 사랑은 관심에서 출발하므로, 상대방에게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업무,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타인에게 집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 인내심과 끈기 유지하기: 사랑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오랜 시간, 깊은 정성, 반복되는 시도와 실패 속에서 점차 성장하는 것이다.
결론 – 사랑은 선택이며, 연습이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우리에게 사랑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사랑은 단순히 감정의 불꽃이 아니라, 의식적인 훈련과 선택의 결과이다. 사랑은 우리 모두가 열망하는 것이지만, 아무나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로서의 사랑은 배움과 실천을 통해서만 진정한 꽃을 피울 수 있다.
오늘 하루, 우리는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배워야 한다. 피아노를 배우듯이, 언어를 익히듯이,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 역시 그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그 여정은, 인생에서 가장 값진 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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